조은정이 부른 ‘쭉 가세요’의 매력
사랑의 슬픔 그린 트로트 발라드
“안녕하세요? 미운 정 아니고, 나쁜 정도 아닌 조은정입니다!”
요즘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발라드 ‘쭉 가세요’(김동찬 작사 작곡)를 부른 가수 조은정이 무대에 오르면 하는 인사말이다. 본명이 김은정이었는데 작곡가 김동찬 선생이 예명을 조은정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면서 가르쳐준 인사말이라고 한다.
‘쭉 가세요’는 상당히 슬픈 노랫말로 만들어진 곡이다. 그런데 리듬은 경쾌하다.
“바람 되어 떠나가 놓고/잊으라 말해 놓고/부메랑 되어 돌아온 사람/난 벌써 잊었는데/끊어진 연줄처럼 떠난 님인 걸/가버린 사람인 걸/당신 말대로 잊고 살래요/가세요 가던 길로/가던 길로 쭉 가세요…….”
바람나서 날 버리고 가버린 야속한 남자가 되돌아왔다. 속으로는 받아주고 싶은데 매몰차게 “가던 길로 쭉 가버리라”고 말한다. 붙잡으면 또 상처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묘한 곡이다.
남기연의 세련된 편곡 덕택에 더욱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게 이 노래의 매력이다. 보드랍고 고운 음색으로 열창하는 조은정의 노래 뒤로 들리는 기타 피아노 색소폰 등의 화음도 매혹적이다.
목포가요제 입상이후 가수 데뷔
조은정은 지난 2001년 미취학 아동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미술학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할 때 TV 광고를 보고 제12회 목포가요제에 참가해 박미경의 발라드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이선희를 좋아해 ‘J에게’를 즐겨 부르던 그녀는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등 이선희의 히트곡들만 노래하곤 했다. 학교 축제나 페스티발이 열리면 학교 대표로 나가 노래를 부르곤 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정년퇴임한 그녀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꿈이 가수였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는 어느 날 딸이 목포가요제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아오니 앞장서서 딸의 가수 데뷔를 준비해주셨다.
오랜 준비 끝에 ‘First Love’란 제목의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녀는 김민서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이 발라드 앨범의 타이틀 곡 ‘가시’(김태영 작곡)의 노랫말을 직접 쓰기도 했지만 경험이 없어서 널리 알리지 못했다.
주위에서 발라드로는 어려우니 트로트를 불러보라고 권유해 2007년에는 ‘늑대’(박형민 작사 작곡)라는 트로트 곡을 발표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이어서 ‘밀고 땡겨’, ‘버틸 거야’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케이블TV에 출연하고 지역행사에 나가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다가 2017년 김동찬 선생을 만나 ‘쭉 가세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