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사운드트랙

중딩 성운이가 부른 '비 나리는 호남선'

kayeyesuk 2020. 5. 4. 10:30

내 중학교 동창 성운이의 별명은 황장군이다. 대한민국 육군의 자랑스런 장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무장 출신의 이 남자는 놀랍게도 시인이며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2018년 시집 "나에게 띄우는 편지"를 발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장편소설 "사실은 내시였다"를 출간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사실은 내시였다"는 조선 태조대왕 때 창건한 경복궁의 공사 총 책임자 내시 김사행의 기구한 일생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놀라운 소설이다. 경복궁을 설계한 이가 정도전이니 공사를 지휘한 이도 당연히 그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시가 그 공사를 총지휘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성운 작 <사실은 내시였다>의 표지

그런데 이 시인 겸 소설가가 뜻밖에도 가수에 못지않은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으니 그의 현재 가창력에 대해선 자신하질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군자중학교 재학시 나는 이 친구의 노래에 큰 감명을 받았다. 오락시간이었는지 소풍 때의 일인지는 생각나질 않는다. 중딩 몇 학년인지도 생각나질 않는다.

거무개(지금의 시흥시 거모동)에 살던 성운이는 아이들 앞으로 나오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돌아서서 이 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손인호 선생의 '비 나리는 호남선이었다. 성운이는 보이 소프라노에 가까운 고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노래는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사랑이란 이런가요~ 비 나리는 호남선에~"

나는 당시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여가수인 줄로 착각했다. 성운이가 아주 고음으로 빠르게 그리고 간드러지게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중딩이었던 내 가슴에 깊게 새겨져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때까지 내가 들어본 유행가 중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했던 노래가 바로 황성운의 '비 나리는 호남선'이었다.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못하다. 잘 생기고 씩씩한 것도 모자라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 유능한 남자에게 하나님은 노래솜씨까지 주셨으니 말이다.

중학생 시절 내 귀에 맴돌던 음악은 아니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노래는 황성운의 '비 나리는 호남선'이었다.

https://youtu.be/VOnIQBsg7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