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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사운드트랙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 '사랑했는데'

피부병 앓던 강아지 메리 태우고 듣던 드라마 주제가

1968년 늦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 난 고교 1학년이었다. 문래동에서 삼립빵 도매상을 하던 큰고모님댁에서 살던 나는 하교를 하면 빵상자를 실어나르던 화물 자전거 짐칸에 피부병에 걸린 늙은 스피츠 메리를 싣고 신길동에 있던 가축병원을 다녀오곤 했다.

가축병원에서 메리에게 주사를 맞히고 돌아올 때면 서쪽 하늘은 황혼에 물들곤 했다. 영등포시장 로터리를 지날 무렵이면 도로 양편에 있던 전파사와 레코드가게에서 일제히 나오던 노래가 바로 이미자씨의 "사랑했는데'였다.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로 쓰였던 곡인데 동명의 드라마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면 이 노래가 나왔기 때문에 가축병원으로 출발할 때나 문래동으로 돌아올 때나 모두 이 곡이 들려오곤 했다.

"사랑~했는데~ 서로가 좋~아서~/아아아아~"

내 친구들은 조영남의 '딜라일라'나 배호의 '삼각지 로터리'를 부르곤 하던 무렵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은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이나 '님아'를 따라부르곤 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매년 초여름 황혼이 질 무렵이면 나도 모르게 '사랑했는데'의 멜로디를 읊조리곤 한다. 그리고 불쌍한 강아지 메리와 삼립빵에서 나오던 크림빵이 생각난다. 그리고 오래 전에 돌아가신 큰고모님도...

"사랑 했는데/서로가 좋아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사랑 했는데 어이 혼자~ 울어야 하~/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여자의 눈물/그 팔에 안기어/꿈꾸~던 창가엔 시들~은 장미꽃/이 마음 따라 우네/사랑~했는데~/서로가 좋~아서/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사랑 했~는데~/...그 팔에 안기어 꿈꾸~던 창가에/시들~~ 장미꽃/이 마음 따라 우네/사랑~했는데~/서로가 좋~아서/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사랑 했~는데~"

https://youtu.be/cdSsEsFU3ME